미국의 월스트리트와 펜타곤이 중국을 동시에 때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발표한 이후 미국의 금융자본들이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투기가 거세지는 와중에 미국 해군 전함이 지난 30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시사) 군도의 트리톤 섬 12해리 영역에서 항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31일치 신문에는 ‘통화 전쟁: 미국 헤지펀드들, 중국 위안에 새로운 공격 가중’, ‘미국 전함, 중국의 영유권 주장 섬 인근에서 항해’라는 기사가 나란히 주요하게 실렸다.

미국의 가장 막강한 분야인 금융과 군사가 합동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군금(軍金) 공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의도된 공조는 아니다. 둘 사이에 어떤 묵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월가는 월가의 논리대로, 미국 군부는 군부의 논리대로 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두 주축인 금융과 군사가 동시에 중국을 건드리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가장 약하면서도 사활적인 고리를 때리고 있는 거다. 미·중 수교 이래 중국은 미국의 가장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먼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보자. 미국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을 유유히 항해했다. 처음에는 중국에 통보라도 했으나, 이번에는 통보조차 없었다. ‘항해자유작전’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이런 군사행동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2014년 5월 중국이 파라셀 군도 해역에 전격적으로 석유시추시설을 설치한 것을 전후해 이런 상황은 예견됐다.

당시 대니얼 러셀 미 국무차관보는 중국에 시설 철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와 벌이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기 시작한 2010년 아세안지역포럼(ARF) 이래 가장 강도 높은 개입이었다. 중국은 7월 들어 석유시추시설을 철거했다. 이는 미국이 제안한 영유권 갈등에 관한 현상 동결을 중국이 일부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군부, 특히 해군 쪽은 중국에 군사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한 중국의 조처들을 방관할 경우, 미국 해군의 태평양 제해권이 균열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5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인공시설물을 건설 중인 남중국해 군도의 12해리 안쪽까지 해군 정찰기와 군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결국 10월에 현실화됐고, 이번에 재차 강행됐다. 중국은 석유시추시설을 철거하고 영유권 문제의 현상 동결로 타협했다고 생각했으나, 미국 군부는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월가 자본들의 위안화 공세는 미국 정부의 의도와는 더 상관이 없지만, 타협의 여지는 더욱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운용자 카일 배스는 향후 3년 동안 위안화가 40%나 절하될 것으로 보고, 자산의 85%를 베팅하고 있다. 수십억달러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중국 당국과 정말로 사활을 건 싸움을 걸고 있는 거다. 위안화가 40%나 절하되면 중국 경제는 재앙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들 헤지펀드는 망한다.

항해자유작전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중대한 위반’, ‘고의적인 도발 행위’,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단호히 보호하는 모든 필요한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새해 들어 홍콩 등 역외외환시장에서 대거 위안화를 매입하며 위안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투기 세력에게 위안화 차입 비용을 60%나 올려버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영토 전쟁과 통화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심각성은 타협의 여지가 적다는 거다. 양국이 생존과 세계 패권을 위한 핵심 분야에서 이제 갈수록 타협과 조정의 여유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더 커질 거다.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