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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30일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채권은행들이 진행하는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내놨지만 최근 급증하는 부실기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위험평가를 이번에 한 차례 더 실시했다.
금융권에 빌린 돈이 500억원이 넘는 대기업 368곳을 상대로 한 이번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19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려졌다. 상반기 결과를 합치면 올해만 대기업 54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해보다 무려 20곳(58%)이나 늘었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재무안전성이 지속적으로 나빠진 영향이 반영됐고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추가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 징후는 있지만 회생가능성 있는 C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은 11곳, 나머지 8곳은 회생 가능성이 없어 D등급을 받았다. 통상 C등급을 받은 대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지만 D등급은 스스로 정상화 방안을 세우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넘겨져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업 생사가 결정된다.
철강 기업의 부실이 두드러졌다. 지난해만 해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철강 기업은 1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수시 평가에서 구조조정 리스트에 이름을 가장 많이 올린 기업도 철강 부문(3곳)이었다. 올해 전체로는 건설사가 15곳으로 가장 많았고 철강(11곳), 전자(8곳), 조선(4곳) 순이었다. 이번에 B등급을 받긴 했지만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 기업은 23곳이었다. 지난 상반기(17곳)보다 6곳이나 늘었다. 이들 기업은 증자나 자본유치를 통해 스스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 얼마든지 구조조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