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경제

[스크랩] KBS스페셜 ‘저성장의 덫’(vivitelaeti)

wisstark 2016. 5. 8. 21:16

[1] 지난 2016년 3월 25일 <KBS스페셜>에서 “21세기 한국의 생존전략 II: 저성장의 덫”을

 방영했습니다. 저성장에 돌입한 우리나라 경제를 전반적으로 짚어준 내용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새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 철강, LCD 등 산업의 현실과, 

그런 산업에 종사하다가  해고를 당한 노동자와 공장 문을 닫은 전현직 사장들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실제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는 분야의 근로자들이 처한 모습을 보시니까 어떤가요.

 모든 일은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막연한 두려움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와닿지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 현실이 되면, 왜 그때 미리 움직이거나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미리 경제공부라도 열심히 해둘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입니다. 프로그램 중반에 보면, 초등학교 아이의 학교 급식비가

 밀린 신아조선에 근무하다 해고된 한 노동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아이 급식비 때문에 학교에서 전화가 올 때는, 진짜 이게 현실이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성장의덫_01

[3]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전에 건설 관련 기업을 

하다가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부도를 맞고 조선소가 있는 사천으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아내분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희는 IMF 경제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그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거든요. 

들어오던 수입이 안 들어온다는 것은 가정에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저희는

 알거든요.”

저성장의덫_02

[4] 부도를 맞아 해고통지서를 받은 또 다른 노동자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거 체력 

좋다는 소리를 듣던 노동자였습니다. 조기축구를 나가도 자신보다 어린 회원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체력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왼쪽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고, 손에도 일부

 마비증세가 왔습니다. 모두 해고통지서를 받고난 이후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원인은 

한 가지입니다, 해고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5] 그러면 이들 노동자들이 남들보다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 대부분이 ‘우리 회사’라는 말을 씁니다. 사실 회사의 주식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우리 회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우리 회사’라는 말을 씁니다. 회사를 마치 내 것처럼 생각을 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회사에 애착이 강했다는 뜻일 겁니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고, 누구보다도

 회사에 애착이 강했지만, 그들이 청춘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후 받아든 것은 ‘해고통지서’

 한 통이었습니다.

[6] 자신의 청춘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을 해고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은 회사를 마치 내 회사처럼 정말 아꼈고, 그저 열심히 산 죄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 억울해 잠도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 노동자는 이야기합니다.

정말 억울하고 너무 힘들고, 직장이고 ‘우리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왔는데, 문자 

하나로 나가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냥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저성장의덫_03

[7] 중후반부에 보면, 구미에서 30여년 대기업 1차 협력업체로 회사를 크게 운영하다 

부도를 맞은 한 사장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창 잘 나가던 때는 구미, 수원, 중국에까지 

공장을 가지고 있었고, 정부가 지정하는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던 전도 유망한 

기업이었습니다. 이 분 역시도 말합니다, 기술 하나는 자신 있었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외국에서 수입하던 상당수의 부품이나 장비들을 국산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열정도

 대단했고, 정말 열심히 사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칠곡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를 

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아내분은 이야기합니다.

저 사람은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에요. 정말 열심히 사는 스타일인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사는 스타일인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다보니까… 어쨌든 본인도 방법이 

없죠.”

저성장의덫_04

[8]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냥 집값 좀 떨어지고, 금값 좀 오르고, 주가가 좀 떨어지고, 

하는 것이 현실이 아닙니다. 실제 경제위기가 현실로 닥치면, 그것이 얼마나 사람들의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지, 사람들의 삶을 어느 정도 바닥까지 끌어내는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가정이 무너지고, 인성이 파괴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큰 벽이 생기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 정도인데, 실제 경제위기를 현실에서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오는 것은 한숨뿐입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위기는 시작도 

안 했습니다. 정말로 위기가 닥쳐오면 우리의 일상 생활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아직도

 다가올 위기가 막연하게만 느껴지시나요. 아직도 앞으로 다가올 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감이 잘 안 오시나요.

[9] 앞에서 사례로 든 이런 일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과연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걸까요. 그렇게 살면, 복이 오고 노후에 편하게 살 수 있는 걸까요. 

나레이터는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일만 열심히 하면 다 잘 될거라 믿었던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다.”라고. 그러면서 또 덧붙입니다. “그저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10] 이 분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입니다. 지금 당장 어려워도

 나중에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지금의 어려움을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빠지기만 하고 개선될 조짐은 전혀 없다면, 이들은 지금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참고 견뎌야 할까요.

IMF 경제위기 때나 대우조선 워크아웃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 당시에는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체납이 없었어요. 돈은 나왔거든요. 지금 하청 

노동자들에게 임금 체불은 대부분이구요, 못 받는 임금도 많구요.”

IMF 경제위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정도죠. 지금 철강 경기가 워낙에 힘들다 보니까 

그런데, IMF 경제위기 때는 그나마 우리가 절약하면 살 수 있겠다, 라는 의욕이 있었지만, 

지금은 IMF 경제위기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진짜 너무 힘듭니다.”

[11] 많은 분들이 생각합니다, 내가 열심히 살고,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가끔 인생을 살다보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고, 노력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했고, 누구보다도 성실했는데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일을 당한 당사자에게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 큰 재앙이지만, 사실 그 이전에 

다양한 징조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지, 스스로 믿는 구석이 있었거나, 다 

잘 될거야 라며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거나, 세상 돌아가는 데 눈 감고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일에만 열정을 다했거나, 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징조들을 무시했을 겁니다. 

세상의 일 대부분이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수차례 경고를 주거나,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징조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고나 징조들을 무시하거나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12] 우리가 머지 않은 미래에 직면할 상황 역시도 그와 비슷합니다. 많은 경고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징조들이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실제 현실이 되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구요. 하지만 

현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열심히 

살고, 성실히 살았느냐와는 아무 상관 없이,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이 될 겁니다.

[13] 아직도 디플레이션이 먼저 올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먼저 올지 궁금하신가요. 

아직도 다가올 경제위기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직도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통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경제위기의 파도가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분들입니다. 경제위기라는 것을 실제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계신 분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그런 분들에게까지 경제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올 

겁니다. 그리고 그런 쓰나미를 실제 현실에서 맞고 나면, 지금처럼 한가하게 제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이었는지, 저절로 아시게

 될 겁니다. 실제로 지금 경제위기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분들은 경제 블로그를

방문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전혀 없습니다.

[14] 아직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니, 낙관적으로 보니, 하는 분들이 있다면,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여전히 경제위기가 현실로 닥치지 않은 분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실물부문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면, 은행이나

 증권 등의 금융부문과 서비스 부문 역시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각종 경제블로그 

돌아다니며 글을 읽고 나름대로의 촌평을 하는 분들도 피해갈 수 없을 겁니다. 그럴 시간에 

조그마한 기회라도 한 번 더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15]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소원은 아주 큰 것이 아닙니다. 그저 기술 한두 가지 배워 내가

 열심히만 하면, 조그만 가게 하나 가지고 성실히만 장사하면, 지게차나 트럭 한 대 가지고 

열심히만 일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도 꿈이 다입니다. 아주 소박한 

꿈입니다. 일만 할 수 있다면,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종일 용접일로

 힘들었지만, 일만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한 여성 

노동자의 말, 그게 일반 사람들이 원하는 소박한 꿈일 겁니다.

[16] 제 마음은 녹슨 정도가 아니고, 썩다 못해 고름이 날 정도입니다. 저는 꼭 돌아가야

 됩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돌아가야 됩니다.”

저성장의덫_05

한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노동자가 자신이 일했던 조선소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 이 해고 노동자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많이 

안타깝지만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는 개인들의 사정과 형편 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개인들의 바람이나 희망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경제는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만 보면, 한없이 냉정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바로 경제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무섭다고 하는 겁니다.

[17] 아직도 경제위기가 올지 안 올지 논쟁을 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경제위기가 올지 

안 올지 궁금하신가요. 연세대 교수와 KDB 대우증권 대표이사의 말로, 제 대답을 대신

하겠습니다.

대외적인 여건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이후의 경제상황이 악화됐던 것과 유사한 

형태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우리가 경제개발을 시작한 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단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정말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큰 전환이고, 위기라는 것에서, 전체적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일시적인 순환으로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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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저성장의 덫’ (2)(vivitelaeti)

[1]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침체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면서, 

경제 침체라는 것이 실제 내 일이 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로 변하게 되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일들이 실제 내게도 일어난다면 

뭔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이 자신 스스로 뭔가를 한 적이

 없는, 그저 직장이라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고 생활하던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해고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무엇

일까요. 천막농성을 하거나, 회사 사정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거나, 스스로가 

무능력해보여 자책하며 지내거나, 하는 것들뿐입니다. 그러다가 생계에 문제가 생기면, 

배달, 택배, 대리운전 등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그 시장도 이미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로 차고 넘칩니다. 그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2] 그런 방식으로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요.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스스로 뭔가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위기 상황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다가오면 수많이 많은 사람이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조선소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 않아, 해고 노동자들 주변부까지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겁니다. 지금이야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만 상황이

 나쁘다보니까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받을 수가 있고,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의 일자리나마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역 경제 전체가 침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면,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의 일자리마져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때부터 제대로된 바닥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3]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은 별로 없습니다. 옵션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것을 강제로 뺏거나, 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거나. 이미 그런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가장이 자살을 하고, 생계 수단이 끊긴 사람들이 

강도짓을 하고 있습. 이제 시작일 뿐인데도 이 정도면,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지고 1-2년 

지난 후에는 얼마나 많은 불행한 일들을 우리는 보게 될까요.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조선업 불황의 그늘’…부도난 협력업체 직원 안타까운 선택 (연합뉴스, 2016. 04. 21)

만5천여 명 실직한 ‘조선업계’…”생계형 범죄 우려도” (YTN, 2016. 04. 22)


[4] 이런 분들 가운데 일부가 금이나 은, 그리고 달러를 조금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생활을 위해 결국 모두 헐값에 팔 수밖에 없습니다. 안 쓰고 아끼며

 절약해 모은 것들을 그렇게 속절없이 잃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금속이나 달러 등은 

비상금 정도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귀금속이나 달러 조금 사두고는

마치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를 마친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큰 착각입니다. 스스로

 대처 능력이 없다면, 귀금속과 달러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아주 짧습니다.

[5] 또 한 가지 많은 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면서, “어떻게든 

되겠죠, 설마 산 사람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습니까?”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면, 어떻게든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산 사람 목에 거미줄이 처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겁니다. 그때도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6]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문제의 심각성은 사실 경기 침체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었습니다. 나레이터는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세계적인 저성장과 그로 인한 수요 부족으로, 개별기업만의 

혁신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라고. 이 한 문장에 현재 경제 위기의 원인과 심각성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개별기업이 연구개발을 더 하고,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한 미래학자의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입니다.

[7] 그렇다면, 그에 대한 처방은 어떻게 했을까요.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이, 정부가 종합

조정시스템의 가동자로써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 자체는 맞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구요. 하지만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로 할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해당 산업의 몸집을 줄이고 규모를 축소하는

 일일 뿐, 경제 자체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구조조정 자체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 자금을 민간이 조달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적절합니다.

[8]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이 다시 살아나거나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이야 아직 정부의 여력이

 남아 있어 정부에 일정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도나는 대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면 정부도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갈 테고, 그렇게 되면 정부도 두 손을 

놓게 될 겁니다. 아직 정부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제대로 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즉, 아직까지 첫 번째 쓰나미는 오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쓰나미가 언제 오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첫 번째 

쓰나미를 겪고 나면 아마 지금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 가운데 대부분이 제 블로그에 

들어오지도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까지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두 번째 쓰나미

 걱정을 하고 계실 필요가 있을까요.

[9] 프로그램이 제시한 두 번째 방안은, 정부가 산업별로 구분해 지원하지 말고 산업

 연관성을 고려해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가령, 해운-조선-철강 등이 서로 연관성이 아주 

높은 산업들인데, 지금은 조선산업이면 조선산업, 철강산업이면 철강산업 등에 별도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지원 효과가 국내기업으로 환류되지 않고 

외국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따라서 관련 산업들이 서로 연관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라는 주장입니다. 즉, 해운업체에게 정부가 지원을 하면, 해운업체가 국내 조선사에 

발주를 하고, 조선사들은 다시 국내 철강업체의 강재(鋼材)를 매입해 사용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국내 기업들끼리 돈이 돌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10] 이 주장이 잘못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해운업체 사정이 정부 자금을 선박 

발주에 사용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거나

 빚부터 먼저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고 그 자금이

 국내 조선업체로 흘러들 수 있을까요. 설령, 국내 해운업체들이 정부 지원 자금으로 선박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하더라고, 이미 국제 선사들로부터 배척당라고 있는 국내 선사들이 

충분한 해상 물동량은 확보할 수 있을까요.

국제무대서 설자리 잃어가는 한진해운·현대상선 (뉴시스, 2016. 04. 22)

조선소는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중국산 강재(鋼材)가 있는데 굳이 국내 철강업체의 

강재를 사용해야 할까요. 지금도 적자가 큰데, 조금이라도 저렴한 강재를 사용해 적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이런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면, 연관 산업 가운데 최상위

 업체에 재정 지원을 하고, 그 지원이 관련업계 전반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실은

 현실성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11]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조선소와 철강산업 규모가 국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습니다. 즉, 국내 해운선사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전액을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를 한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국내 조선업체 대부분은 일거리를 찾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를 대상으로 선박을 제조하며 판매하던 기업들

입니다. 당연히 국내 선사들의 수요만으로 운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철강업체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내 선사가 발주한 선박, 그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 그리고 그 조선소에 철강재를

 공급하는 제철소, 과연 그 규모가 얼마나 될까요. 그 정도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운영을 

하기에는, 국내 철강업체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 정도 지원으로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체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프로그램에서 주장한 대로, 정부 

지원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환류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할 뿐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어야 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12] 세 번째 방안은, 한 미래학자라는 분이 제시한 것으로, 산업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세상에 없던 물건을 최초로 만들어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모델이 있는지… 아마 없을 겁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선박, 자동차 등등, 대부분 외국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만들어놓은 상품을 우리가 흉내내면서 저가로 빠르게 만들어 판매했을

 뿐입니다. 거의 시장을 선도해본 적이 없는 우리나라가 지금 이 순간 갑자기 그런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을 겁니다.

[13] 또 한 가지, 이 분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기존 시장이 와해되면서 

시장이 동시에 커지면서 만들어진다, 라고는 이야기. 과연 그럴까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파이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경제 자체가 급속하게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파이 자체도 빠르게 줄어듭니다. 시장이 파괴되면서 더 큰 시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장의 것을 빼앗아오는 것이고, 그렇게 다른 시장의 파이를 가져오더라고 

전체 파이는 줄어듭니다. 경기가 축소되는 과정이 그만큼 힘듭니다. 그나마 흡수하는 쪽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흡수당하는 쪽에 있다면 엄청난 비극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장도 다른 상품 혹은

 다른 기업에 넘겨주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산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국제적인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미래학자라고 하는 분은, 

전혀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14]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도 부정확하고,

 그에 따라 처방도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최상위 계층, 혹은 

그런 계층에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 그룹조차,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암울하기만 합니다.

[15] 사실 지금의 위기에서는 적절한 처방이 없습니다. 어떤 처방도 지금으로써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니까요. 물론,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 또, 그래야 하구요. 하지만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뭔가를 해서 해결될 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아시아 쪽에 있는 작고 힘 약한 한 국가일 뿐입니다.

 정치가 해결해줄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결될 성격의 위기도 아닐 뿐 아니라, 

야당이 다수가 된다고 해결될 성격의 위기도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이 갑갑한 마음에 정치 

지도자나 다수당을 바꾸면,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에 그렇게 할 뿐입니다. 

의미 없는 바람일 뿐입니다.

[16]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자스민 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낸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은 지금쯤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기사의 내용 일부를 가져와보겠습니다.

“보다 관용적인 사회와 책임 정치, 많은 일자리 기회, 특권층의 경제 장악 타파 등의 꿈은 

사라지고 경제성장 침체 속에 공안세력의 입김은 어느때보다 막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폭락으로 재정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혁명 당시 25%였던 청년 실업률은 30%선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종파간, 계층간 내분도 전례없이 심화하면서 이슬람국가(IS)등 

지하디스트들이 발호하고 있다.”

‘아랍의 겨울’로 되돌아간 ‘아랍의 봄’ 5주년 (연합뉴스, 2016. 01. 12)

[17] 정치는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분야이지, 파이 자체를 키우는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의 불평등이나 부의 재분배 등은 정치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파이 자체를 키우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지금은 분배 문제가 아니라, 파이 자체가 작아지면서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기대, 지금의 경제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18] 특히,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고, 더더욱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 지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나 정당이 권력을 잡아도, 내 삶이 바뀌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삶은 힘들고 척박하기만 합니다. 나아지지 않은 경제 현실을 보면서 그동안 지지했던

 후보나 정당에 실망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던 데부터 시작된 잘못된 기대와 

바람 때문에 일어나는 입니다.

[19] 그런 이유 때문에,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과 희망을 갖는 것은 다르다고 이야기들 

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이 어렵다고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려 합니다. 그리고는

 막연한, 그리고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의미없는 희망에만 기대려고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아무 의미없는 정치에 희망과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고, 다시 또 다른 희망과 기대를 걸었다가 또 실망하고, 그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될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달러와 금 관련 경제소식들
글쓴이 : giseg07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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