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윌리엄 엥달 지음, 김홍옥 옮김
길·2만8000원“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국가를 장악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인민을 장악할 것이다. 화폐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를 장악할 것이다.”1970년대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했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음모론’을 캐내듯 전세계를 주무르는 권력 집단의 움직임을 파헤쳐온 미국의 경제 전문가 윌리엄 엥달은 이 발언에 초점을 맞춰 3부작을 써냈다. 미국의 석유 패권을 파헤친 <석유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식량 패권을 다룬 <파괴의 씨앗 지엠오(GMO)>, 마지막이 화폐 패권을 다룬 <화폐의 신-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2010)이다. 이 가운데 <화폐의 신>은 2007년 찾아온 금융위기의 배경에, 전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손에 틀어쥐고 마치 신과 같은 지배력을 구가해왔던 “소수 국제금융가 도당”의 횡포가 있었음을 고발한다.미 의회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법’을 통과시켰고, 그 뒤 오늘날과 같은 연방준비은행(연준)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갖춰졌다. 지은이는 연준 제도의 탄생 과정에 제이피 모건, 록펠러 등 영국의 금융자본을 미국에서 대리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금융 엘리트들의 ‘음모’가 있었다고 본다. 국가통화위원회를 이끌었던 공화당 상원의원 넬슨 올드리치는 1910년 모건이 소유한 지킬 섬의 휴양지를 찾아 금융업자들과 연준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비밀회동에서 유럽 로스차일드 은행의 임원 출신인 폴 와버그의 적극적인 구실 아래 민간 금융자본이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화폐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이들 소수의 민간 금융업자들은 2차 세계대전 뒤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 자신들이 주무를 수 있는 달러를 아예 전세계의 기축통화로 격상시켰다. 맞수가 없는 군사력과 독보적인 세계 준비통화인 달러는 미국이 구축한 패권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었다. 지은이는 그 뒤 세계 경제가 금융 엘리트들이 쥐고 흔드는 달러 정책에 맞춰 춤을 추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극소수에게 집중됐다고 성토한다. 70년대 록펠러의 추종자였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지휘한 고금리 정책은 이른바 ‘제3세계’ 나라들의 부채위기를 일으켰고, “채무국들은 뉴욕과 런던의 현대판 샤일록들에게 말 그대로 ‘1파운드의 살점’을 몇 번이고 떼줘야” 했다. 1999년 금융 엘리트들의 입김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이 폐지되자, 은행들은 모기지 대출을 포함해 모든 것을 ‘증권화’하며 덩치를 불려나갔다. 그 결과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지만, 은행들은 “망하기엔 너무 크다”는 논리로 혈세를 제공받으며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 누리고 있다.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은이는 ‘미국의 세기’ 대신 ‘유라시아의 세기’가 출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반면 러시아, 중국 등에서 달러 체제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낙관의 근거다.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윌리엄 엥달 지음, 김홍옥 옮김
길·2만8000원“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국가를 장악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인민을 장악할 것이다. 화폐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를 장악할 것이다.”1970년대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했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음모론’을 캐내듯 전세계를 주무르는 권력 집단의 움직임을 파헤쳐온 미국의 경제 전문가 윌리엄 엥달은 이 발언에 초점을 맞춰 3부작을 써냈다. 미국의 석유 패권을 파헤친 <석유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식량 패권을 다룬 <파괴의 씨앗 지엠오(GMO)>, 마지막이 화폐 패권을 다룬 <화폐의 신-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2010)이다. 이 가운데 <화폐의 신>은 2007년 찾아온 금융위기의 배경에, 전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손에 틀어쥐고 마치 신과 같은 지배력을 구가해왔던 “소수 국제금융가 도당”의 횡포가 있었음을 고발한다.미 의회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법’을 통과시켰고, 그 뒤 오늘날과 같은 연방준비은행(연준)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갖춰졌다. 지은이는 연준 제도의 탄생 과정에 제이피 모건, 록펠러 등 영국의 금융자본을 미국에서 대리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금융 엘리트들의 ‘음모’가 있었다고 본다. 국가통화위원회를 이끌었던 공화당 상원의원 넬슨 올드리치는 1910년 모건이 소유한 지킬 섬의 휴양지를 찾아 금융업자들과 연준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비밀회동에서 유럽 로스차일드 은행의 임원 출신인 폴 와버그의 적극적인 구실 아래 민간 금융자본이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화폐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이들 소수의 민간 금융업자들은 2차 세계대전 뒤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 자신들이 주무를 수 있는 달러를 아예 전세계의 기축통화로 격상시켰다. 맞수가 없는 군사력과 독보적인 세계 준비통화인 달러는 미국이 구축한 패권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었다. 지은이는 그 뒤 세계 경제가 금융 엘리트들이 쥐고 흔드는 달러 정책에 맞춰 춤을 추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극소수에게 집중됐다고 성토한다. 70년대 록펠러의 추종자였던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지휘한 고금리 정책은 이른바 ‘제3세계’ 나라들의 부채위기를 일으켰고, “채무국들은 뉴욕과 런던의 현대판 샤일록들에게 말 그대로 ‘1파운드의 살점’을 몇 번이고 떼줘야” 했다. 1999년 금융 엘리트들의 입김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이 폐지되자, 은행들은 모기지 대출을 포함해 모든 것을 ‘증권화’하며 덩치를 불려나갔다. 그 결과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지만, 은행들은 “망하기엔 너무 크다”는 논리로 혈세를 제공받으며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 누리고 있다.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은이는 ‘미국의 세기’ 대신 ‘유라시아의 세기’가 출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반면 러시아, 중국 등에서 달러 체제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낙관의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