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왜 오를까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으나, 그 중 한 가지는 돈(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공급되면 오른다는 사실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주요 돈 공급원은 가계의 소득증대 +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입니다. 보통 부동산을 살 때 은행의 대출 없이 100% 자기가 가진 현찰 만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나라의 부동산 상승은 2006년 상반기 정도에서 멈추었어야 합니다. 그 시점에서 은행들은 더 이상 부동산 담보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상승세는 그 때 멈추지 않았고 2006년 내내 엄청난 기세로 계속되고 2007년 초까지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나라 은행들에는 비정상적인 돈의 흐름이 나타나게 됩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그 부작용을 심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우리 한국 금융위기의 핵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고 관련 지표를 주목하게 되면 앞으로 금융위기의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의 진바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현상이 벌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에 관한 기억을 몇 년 전으로 돌려보시면 우리 증시는 2003년 4월 초에 바닥을 다지고 대세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대세 상승 초기에는 반신반의하던 시중의 자금이 2004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증시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상승이 지속되니 망설이던 시중 자금이 점점 빠른 속도로 증시로 모여듭니다.
아래 펀드 수탁고의 증가추이 그래프(파란 막대)를 보시면 결국 엄청난 자금이 펀드로 모여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펀드 만이 아닙니다. 증권사의 CMA계좌도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시중의 돈이 은행 계좌에서 증권사의 CMA 계좌로 옮겨갑니다.
일반 가계의 금융자산이 안전한 은행 예금에서 투자로 옮아가는 이른바 머니 무브(money move)현상이 우리 나라에서도 본격화한 것입니다.
문제는 은행입니다. 돈이 대대적으로 빠져나간 은행이 아주 곤란해졌습니다.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을 받아서 이를 대출합니다. 그런데 고객들의 예금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입니다. 그럼 대출을 해 줄 돈이 모자라게 됩니다. 2006년 상반기 정도가 되면 머니 무브가 심해져서 은행들이 더 이상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기 곤란한 지경에 이릅니다.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돈이 몰리니 이제 부동산 상승은 멈출 때가 된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은행들이 이 때쯤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이게 은행의 ‘예대율’인데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예대율 = 대출총액 / 예금총액, 입니다. 즉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 총액을 예금 총액으로 나눈 비율(%)을 말합니다.
예금을 받아서 이 돈을 가지고 대출을 하니 이 비율은 100%가 안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실제로 선진국 은행들은 이 비율이 100% 밑으로 유지됩니다.
다음 그래프는 우리 은행들의 예대율 추이를 보여줍니다. 파란색 선이 은행의 예대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2006년 상반기에 이미 예대율이 110%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자제했어야 정상입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 미국 은행들의 예대율이 110% 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우리 은행들은 대출을 통한 자산 부풀리기 외형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시절은 호시절로 보였습니다. 미래는 낙관적으로 보였습니다. 수출은 잘되고 있었고, 부동산은 계속 오르고 있었습니다.
은행들은 경쟁 은행보다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한 외형확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일단 대출부터 먼저 해주고 그에 필요한 돈은 나중에 마련하는 식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를 일러 이름도 그럴 듯하게 ‘자금의 선운용 후조달 경영전략’이라 불렀습니다.
이치를 따져보면 매우 위험한 플레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하는 것이 은행인데, 예금은 무시하고 대출부터 먼저하겠다는 얘기니까요. 결국 대출 증가세가 예금의 증가세를 크게 앞지르게 됩니다.
예대율은 08년 6월에 이르러 130%를 넘어서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대출이 예금보다 30%나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통계를 발표하는 곳에 따라 140%를 넘기도 하는데, 최소한 모든 자료가 130%를 넘습니다)
이 30% 차이가 나는 금액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끌어온 돈으로 메꾸어야만 합니다.
다음 그래프는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별 비중을 보여줍니다.
예대율이 130%에 이르는 과정에서 ‘시장성수신’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성수신이란, ‘급전’이 필요할 때 그때 그때 시장(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려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급전을 빌려오는 수단으로 발행하는 것이 CD와 은행채입니다.
CD는 만기가 91일이고 은행채는 다양한데, 1년물이 보통이고 급하게 돈을 끌어올 경우 4개월, 6개월짜리 단기물도 많이 발행합니다. 일반 가계 입장에선 이 정도가 ‘급전’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움직이는 은행 입장에선 이는 ‘급전’에 해당합니다.
결국 은행들은 경쟁은행보다 덩치를 더 빨리 키우기 위해 부동산 담보대출부터 먼저 주어놓고 급전을 끌어다 부족한 자금을 메꿔왔던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로 주목할 것은, 제가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던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에 따라 생겨난 원화유동성 중 상당부분이 바로 이 은행채 매입에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앞 글의 추신부분에 덧붙여 설명드렸는데,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는 외국계 은행의 한국지점에서 받아준 부분도 많습니다. 외은 지점들의 경우는 국내에 지점망이 없으므로 막바로 대출을 하기 보다는 국내은행들의 채권을 매입하는데 쓴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여 90조원의 원화 유동성 중 상당부분은 은행채 매입을 통하여 국내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다시 대출에 사용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국내은행들 입장에서는 은행채 발행이 손쉬워져서(외은 지점들의 수요로 인해) 은행채 발행이 과도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자산 상승기에 은행들의 행동에도 과도한 쏠림이 존재했습니다. 일반 가계들이 부동산 투자에 레버리지를 쓴 것처럼, 은행들은 대출에 일종의 레버리지를 쓴 셈입니다. 그것도 과도하게요…
지난 10월 10일에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은행들의 원화대출금이 873조원, 예금이 614조원입니다. 차액은 259조원, 이 만큼 대출 과잉입니다. 그 차액은 CD와 은행채로 메꾸어졌습니다.
금융위 발표자료를 근거로 계산해보면 예대율이 130%가 아니라 142%에까지 이릅니다. 발표기관, 시기마다 발표되는 수치가 조금씩 다릅니다. 특수은행의 포함여부라든지 계산의 바탕을 이루는 자료가 조금씩 차이가 나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하여튼 조금씩 다르지만 예대율의 범위가 최소 130%에서 최대 142% 사이에 놓여있습니다.
예대율을 근거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에서는 CD를 포함해서 계산하면 105% 정도로 미국 은행들의 110%에 비해서 낮다는 해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 해명은 말이 안됩니다. 만기가 91일에 불과한 ‘급전’을 예금의 범주에 넣어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예대율 계산에도 CD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은행들의 이 과도한 예대율이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의 핵입니다. 외신들도 이에 근거하여 한국의 은행들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생각 중에, 미국의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가치 대비 90~100%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해주었고, 우리나라 은행들은 LTV(Loan to Value, 평균 담보인정비율) 규제 때문에 이 비율이 높지 않아서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담이 덜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리 은행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즉 예대율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은행의 예대율이 130%가 넘는다는 것, 자금의 부족분 259조원을 CD, 은행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으로 메꿨다는 것이 어떤 문제를 낳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시장성 수신’, 즉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그때 그때 시장에 가서 돈을 빌려오는 행동이 별 문제가 없을까요?
시장이 평온할 때는 큰 무리없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게 되면 큰 곤란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시장성수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경제여건의 변화에 매우 취약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만기가 도래한 CD와 은행채는 갚아야 합니다. 은행의 계획은 다시 CD와 은행채를 발행해서 돈을 끌어다가 그 돈으로 갚는다(차환발행이라고 합니다. 보다 쉽게 말하면 빚내서 빚 갚겠다,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합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때는 계속 돌려막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항상 원활하게만 돌아갈까요?
이번에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급전을 끌어다 쓴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07년 말에 벌써 채권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서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니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급격히 억제하면서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금년 봄이 되면 본격화됩니다.
다음은 한겨레 21의 인터뷰 기사에 실린 어느 중소기업 임원의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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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외국계 은행에서 20여 년을 일했던 사람입니다. 올해 4~5월에 이미 중소기업 자금난은 예견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때 시중은행들이 직원들에 대한 평가 방식을 바꿨는데, 10억원을 대출해주면 마이너스 1점을 주는 식이었어요. 여신담당 부장이 밑에 있는 직원에게 ‘네가 관리하는 회사에 나간 대출이 5천억이다. 이걸 10% 줄여라’ 이렇게 지시하게 되는 거지요. 전체 대출에서 10%를 일괄적으로 줄일 수는 없으니, 힘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돈을 다 빼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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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면 이미 지난 4-5월부터 은행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고, 이로 인해 급격히 대출을 줄이려고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설명했던 저의 앞 글에서는, 이로 인해 생겨난 90조원 정도의 원화 유동성이 앞으로 회수되어야만 한다는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이미 이처럼 힘든 상황이었는데, 9월에 펑, 하고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터졌습니다.
이제 아무도 우리 나라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를 사려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채권을 산다는 것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아무도 한국의 은행을 믿을 수 없어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한 방에 망해서 그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었는데, 외국자본이 보기에 한국의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 살 만할까요? 외국자본들은 우리 은행들의 예대율 상황을 다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관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용경색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앞 글에서도 썼듯이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입니다. 현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채를 살 형편 자체가 못됩니다.
아래 내용은 10월 23일에 뷰스앤뉴스(www.viewsnnews.com)에 소개되었던 한 시중은행 임원의 탄식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메이저 언론사보다는 한겨레나 인터넷신문 등 일종의 대안 매체들에서 보다 사실에 근접한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당시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까지 갔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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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정부 말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완전 무정부 상태다. 공포만 지배하고 있다.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는 건 황당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은행만 해도 예금은 110조원인데 대출은 140조원이나 해줬다. 우리가 미친 짓을 한 거다.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러나 문제는 나중에 나를 포함해 책임자들을 다 짜르더라도 일단 지금 상황을 어떻게 풀 것인가이다. 그런데 정부는 10.21 부동산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은행 보고 건설사와 가계에 추가대출을 해주라고 한다. 환장할 소리다. 당장 돌아올 은행채도 갚지 못해 파산직전인 은행들에게 추가대출을 해주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러니 시장이 점점 무정부 공황 상태로 빠져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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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은행채를 갚지 못해 파산 직전까지 갔었던 것입니다. 부도 직전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결국 하다 하다 안돼서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들의 은행채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결국 국가가 지원해서 은행들의 부도를 막은 셈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돈은 피와 같습니다. 금융시스템은 혈관입니다. 우리 몸에 피가 돌지 못하면 죽게 되듯이 돈이 돌지 못하면 경제는 죽습니다.
이자 한 번 거른 적 없던 우량 중소기업은, 지난 번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동으로 만기가 연장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갑자기 만기 연장 거부 통보를 받게 되면 흑자부도에 내몰리게 됩니다.
돈이 잘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면 돈을 잘 주던 납품처가 갑자기 몇 달만 기다려달라고 청해 옵니다. 그래도 원자재 대금 결제는 해야 합니다. 은행에 담보 대출이라도 받아서 갚으려고 알아보니 신규대출이 안된다고 합니다.
자금 조달이 안되니 사업확장, 신규사업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죽어가게 됩니다.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율이 금융위기의 핵인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앞서 예를 든 금융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은행들의 CD 발행잔액이 129조원, 은행채가 230조원입니다. 합계 금액이 359조원이나 되고, 예금과 대출액의 차액은 259조원입니다. 이 259조원만큼 CD와 은행채가 과잉 발행된 것입니다.
이 금액에 견주어볼 때 한국은행이 급한 대로 은행채를 일부 사준 건 응급처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됨을 알 수 있습니다. 259조원 모두를 한국은행이 사줄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은행들이 정석 플레이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금을 받아서 -> 대출을 하는, 은행 본연의 정상 구조를 되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차액 259조원만큼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이 늘어나야 합니다.
현재 두 가지 조치들이 다 취해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은행에서는 금년 봄부터 가계에 대한 부동산 담보 대출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특판 활동을 통해 예금 유치에도 진력했습니다. 지난 10월의 예금 유치 실적을 보면 희망이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10월에 은행들의 고금리 특판예금 유치 활동에 힘입어 22조원이나 은행예금이 증가된 것입니다. 10월의 유치실적만을 보면 희망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당국에서 고금리 특판활동을 창구 규제했습니다. 정부의 고금리 특판활동 규제 이유는,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하면 결국 기업들로 나가는 대출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결국 11월의 은행 예금 증가폭은 크게 둔화되고 말았습니다. (10월 21.6조원 → 11월 9.0조원)
그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도 있지만, 주로 특판 활동에 대한 규제 때문입니다. 특판 활동을 규제하지 않았다면 은행들은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리가 높은 특판예금 유치를 계속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규제를 덜받은 저축은행들은 같은 기간동안 특판 활동을 계속했고 돈이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결과가 빚어졌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입니다. 은행의 근본, 정석 플레이로 돌아가서 예금 유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맞았다고 봅니다.
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모두의 예상을 깨고 1%P나 대폭 낮추었습니다. 예금 유치를 통한 문제의 해결 즉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포기한 듯한 행보입니다.
한편으론 발권력을 동원한 회사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발권력을 동원한 은행채 매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러다 상황이 급해지면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분 국유화 하는 방안으로 갈 지 모르겠습니다.
향후 어떻게 진행이 될 지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10월의 예금 유치 실적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 정석 플레이에 따른 문제 해결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를 살려나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화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고 매우 애석한 대목입니다.
하여튼 앞으로 추이를 계속 지켜보기로 하고,
이 문제를 부동산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으려면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요지부동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어려운 시장상황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반짝 상승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여건 = 예대율 정상화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은행채를 사 주는 등 은행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그 대가로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코가 석자인 은행들은 계속해서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시장의 근본 여건(예대율)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한, 정부의 압력이 아무리 강할 지라도 대출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게다가 감독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올 연말까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2% 이상, 기본자본(tier1) 비율은 9%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통보(그렇지 못할 경우 심각한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강하게 언급합니다)하는 등 정책이 계속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전성을 높이며(대출을 줄이며) 대출을 늘려라, 라는 상호모순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참 답답합니다만 하여튼 현재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참고로,
예대율은 금융감독원에서 발간하는 통계월보에서 은행들(일반은행+특수은행)의 원화예수금과 대출금을 비교하여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편할 듯 합니다. 인터넷(아래 주소)을 통해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http://fisis.fss.or.kr/servlet/fss.fsi.id.svl.Id_02_Svl?scr_id=id_02_010S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매년 5월과 11월초에 발간하는 ‘금융안정보고서’ PDF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08년 11월 최신판이 올라와 있습니다.
각종 금융시장 상황을 시각적인 그래프를 활용하여 알기 쉽게 해설해 놓았습니다. 이 글에서 사용한 각종 그래프는 여기서 얻은 것입니다. 살펴보시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신: 앞으로 매일 아침 한 편씩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제 글은 지금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드리려는 것입니다. 부분만 파악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알 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올린 맨 처음 글부터 순서대로 읽어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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