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스크랩] 아버지 우리 아버지

wisstark 2017. 5. 26. 21:14

 

 

 

 

아버지

 

시골 아버지가

대학생 아들에게 꼬박꼬박 부치던 용돈을 끊었다.

아들이 전보를 쳤다.

'당신 아들,굶어 죽음.'

아버지는 이런 답장을 보냈다.

'그래,굶어 죽어라.'

화가 난 아들은

연락을 두절한 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아들은

아버지의 전보가

인생의 전기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둘러 고향집을 찾았으나

이미

아버지는 세상을 떴고 유서 한장이 남아 있었다.

 

'아들아,

너를 기다리다 먼저 간다.

네가 소식을 끊은 뒤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언제나 너를 사랑했다. '

한때

사이버 공간을 떠돌던 이 이야기에서처럼

아버지의 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속이 깊다.

 

자식들 사랑한다는 표현도

애틋하게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놓고

걱정하거나 슬퍼할 수도 없다.

 

김현승 시인은 그 처지를

'아버지의 마음'에서 이렇게 읊었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또다른 작가의 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묵묵히 참아내다 보니

늘 상처를 안고 산다.

 

비굴할

정도로 몸을 낮추기도 한다.

 

휴지처럼 구겨진 몸으로

식구들 먹을 것 사들고

노을 물든 차창에 흔들리는

퇴근길이 그나마 위안이다.

 

'까칠한 주름살에도

부드러운 석양의 입김이 어리우고

상사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문병란 '아버지의 귀로'중).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초등학생의

'아빠는 왜?'라는

시가 인터넷 트위터 등으로 퍼지면서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있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아빠들이 관심을 갖고 좀 더 노력하라면서

자성을 촉구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거나

'눈물나는 아빠들의 초상' 등

애처로워하는 글도 많다고 한다.

 

'아버지한테...'

서예가들이 모여 회식을 했다.
전시와 작업 등을 이야기하다가
식당 벽에 걸린 반려동물 사진을 보며
칠십이 넘은 老서예가는
평균수명을 다했던

반려견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이가 빠지고 눈이 희미해졌으며
귀도 어두워지고 냄새도 못 맡더라고
먹이도 먹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서지를 못하더라고
죽을 쑤어

손으로 입을 벌려 먹여 주었고
잘 쉬지 못하는 숨을 몰아 쉴 때
끌어안고 그의 임종을 지켰다고 했다.

잠시 고개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좌중을 향해
그런데,
우리 아버지한테 그렇게 못했어! 라고 말하곤
슬그머니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 최다원 님, '아버지한테...'

엄마 노릇,자식 노릇이라고 쉬울 리 없지만

이 시대

아버지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사 할 때 이삿짐 트럭에

아버지가 제일 먼저

올라 앉는다는 서글픈 우스개도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버리고 갈까봐 무서워서란다.

가정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는

아버지들이 몸을 둘 곳은 어디인가.

~빋은 메일에서~ 

아버지 우리아버지

출처 : 석산쉼터
글쓴이 : 일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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