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16일(현지시간) 9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세계경제가 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저유가, 정치불안 등이 겹치면서 세계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신흥국권에서 자금 탈출 러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도 지난 3분기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자금 109억달러(12조8000억원)가 빠져나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2일 “미국의 경제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금리 정상화를 너무 오래 미룰 경우 추후 경제 과열을 막고자 갑작스럽게 긴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빠르다. 주요 신흥국 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JP모건 신흥시장 외환지수는 지난 11일 0.9% 하락, 사상 최저인 65.80까지 떨어졌다.
지난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재무장관 경질 소식에 1971년 환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34.8%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신용등급 강등 경고에 3.1%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터키, 브라질을 ‘투기등급’으로 분류했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이 무디스, 피치 등에 의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미 금리 인상이 신흥국 위기로 이어지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기간 동안 글로벌 자금들이 높은 금리를 찾아 신흥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자금도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신흥국에만 3조20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 금리가 인상되면 당장 신흥국은 달러표시 부채 이자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을 이어온 신흥국은 미 통화정책 정상화 이후부터는 부채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달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상적자 신흥국, 달러 부채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신흥국은 통화약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신흥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된 데다 중동 오일머니가 재정악화로 투자한 돈을 신흥국에서 빼는 상황이 미 금리 인상 시기와 겹친 것도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정정불안’도 가세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금융요인만 있었다면 신흥국 경제지표의 변동 폭이 이 정도로 크진 않았을 것”이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정정불안이 심각하다 보니 시장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 이들 신흥국이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확신이 없다. 포퓰리즘 카드를 꺼내거나 금융통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에서는 이미 지난 3분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주식·채권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자금은 338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8년 4분기(1194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한국에서도 109억달러가 유출돼 7월 이후 자료가 없는 중국·필리핀을 제외한 15개 신흥국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브라질(75억달러), 터키(50억달러), 태국(34억달러), 인도(27억달러) 등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리 인상과 함께 국제유가의 급락도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이다. 저유가 여파로 산유국들이 지난 6월부터 주식 등 해외 투자자산을 대거 회수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외국인이 지난 10월 국내 상장주식 1조8960억원어치를 순 매도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금리 인상 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의 이자 상환 압력이 커지고 가계소비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5.7%로 1분기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미국 금리 인상과 한·미 간의 금리차 확대로 시장 불안이 가중됐던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즉각적으로 동조화하기보다 한·미 간 금리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인상 폭과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51213214228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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