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마다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어느 날, 마음 한가득 바람이 일어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벌거벗은 채 온 몸을 던져 습한 대지 위에 드러눕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나 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한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땅 위에 처연하게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며 고독한 가슴을 쓸어보리라.
빛 바랜 낙엽은 말이 없어도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가만 가만히 귓속말로 유전을 전해 주는 걸 마음으로 깨달아 알 수 있으리라.
한 생을 살다 문드러진 몸 그대로 누워 흙으로 돌아가는 날 나뭇잎은 삶을 이루었다 말하니..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다음 세대를 위해 빈자리 마련하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쯤에서 다시 만나게 하소서..
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 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한 사람을 사랑했네..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시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었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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