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성격달라 고민 있는 그대로 인정부터
개인의 성격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의 양육태도 뿐 아니라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어진 경험들 모두가 개인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성장과정을 통해 얻어진 개인의 성격은 청년기 이후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격을 고치려고 해도 잘 안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비교적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는 형제자매간에도 성격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때가 있다. 하물며 부부지간에는 어떻겠는가?
사실 연애할 때는 자신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상대방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적극적이고 표현을 잘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활달하지만 덤벙거리길 잘하는 사람이라면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에게 믿음이 갈 것이다. 하지만, 결혼 전에는 매력적으로 보였던 그의 성격이 결혼 후에는 왜 갈등의 온상이 되는 것일까?
며칠 전 김아무개씨는 “남편은 원래 순하고 늘 웃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평이 좋지요. 그런데 그런 성격이 한번씩 폭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컴퓨터 수리문제로 남편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갑자기 `아저씨 부르면 되잖아!'하면서 전화기를 집어 던지더라구요.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라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 남편의 경우처럼 평소에는 순하다가 별 것 아닌 일에 갑작스럽게 화를 냄으로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가 있다. 남들을 배려하거나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데 따른 피해의식 같은 것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러한 스트레스가 참을 수 없게 되면 어느 순간엔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땐 남편의 성격이 왜 그런가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그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이 대인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집에서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조용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거나, 평소 자신의 기분상태를 알릴 수 있는 `감정달력'을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에 힘들어하기 보다는, 다른 성격을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정희/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가족학박사, 한겨레 가족클리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