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 해도 행복하다
오늘은 부부 사이의 의존성에 관해 얘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의존의 문제는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입니다. 유명한 커플 중에서는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두 사람은 마치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잘못된 결혼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성장배경, 많은 나이 차이, 남자의 옛애인과의 외도 등. 게다가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는 단 하나도 없었죠. 하지만 두 사람의 진짜 문제는 둘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타입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을 무리없이 해나가는 부부들을 보면, 대개 한쪽이 의존적인 타입이면 상대방은 포용력있는 지도자 타입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두 사람 다 똑같이 주도권을 쥐려고 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의존하려고만 할 경우, 그 결혼은 대개 좌절과 불행으로 얼룩지기 마련입니다.
찰스 황태자는 마더 콤플렉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냉정하고 엄격한 어머니 아래서 그는 억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론 늘 사랑을 갈구하면서 성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그의 마더 콤플렉스는 지금은 재혼한 옛애인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기보다 나이많은 카밀라 파거볼스를 사랑했고 그 관계는 두 사람이 각기 결혼한 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것 때문에 다이애나비가 몇 번의 자살소동을 겪었지만 아랑곳없었죠. 그는 나이 어리고 의존적인 신부보다 자신이 언제라도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옛애인이 훨씬 더 편안했던 것입니다.
다이애나 역시 부모의 이혼으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잇습니다. 따라서 그녀도 자신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해 주며 전폭적으로 자기 인생을 이끌어 줄 남자를 원했습니다. 찰스는 많은 나이 차이와 황태자란 신분만 보면 그녀의 모든 의존욕구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진실은 그 정반대였던 것이죠.
그들의 예에서 보듯이, 부부가 양쪽 모두 지나치게 대상의존적인 타입일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나’란 하나의 개체를 구축하려고 시도합니다. 이것을 정신과 용어로는 ‘분리개체화(separation-individuation)’라고 합니다. 이 과정이 슬기롭게 이뤄지면 성인이 되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부모가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거나 반대로 냉정해서, 또는 아이가 의존적인 거나 유약해서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어른아이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와 같은 타입은 대부분 의존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자기의 필요와 의존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스콧 펙 박사는 그들을 가리켜 “먹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지만 정작 남에겐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굶주린 사람”이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제는 상대방에게 끝없는 관심과 의존을 구하다가 그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쉽게 원망과 히스테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결혼한 커플이 서로에게 그처럼 의존적인 타입이라면 그 결혼생활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커플들이 그와 같은 의존과 필요를 사랑으로 착각해 쉽게 결혼에 돌입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들이 끝없이 상대방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그것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면 한번쯤 서로가 대상의존적인 타입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잇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는 결론이 얻어지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서 그와 같은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애써야 합니다.
첫번째는 가능한 한, 상대방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의존적인 타입은 감정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그에게 좌우되곤 합니다.그러면서 경험하는 자신의 감정을 백퍼센트 상대방 탓으로 돌리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해결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느끼는 감정은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자기 감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두번째는 가련한 이미지로 상대방의 관심을 끌려고 해선 안됩니다. 의존적인 타입에게 상대방의 주목을 얻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미지를 가련하고 불쌍한 타입으로 고정시켜 놓고 상대방으로부터 연민을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끊임없이 잔병치레를 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서는 상대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려고 드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세번째는 독서나 자원봉사 등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존감을 높여나가는 길입니다. 의존적인 타입을 보면 자신의 생각, 가치관, 심지어 프라이버시까지도 상대방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래선 도무지 의존관계를 벗어날 수 없죠.
네번째는 접착제처럼 서로 한 공간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필요가 잇습니다. 산엘 가도 함께, 영화를 보러도 함께, 운동을 하러도 함께 하는 식으로 상대방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경우, 역시 의존관계는 청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건강한 커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적으로 매달려 함께 붙어 다니는 경우엔 문제가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 타입은 난 당신을 위해 내 전부를 희생해도 좋아 하는 태도로 희생자를 자처합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죠. 자신도 의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구요.
해리스란 정신의학자는 인간관계의 양상을 네 가지로 정리해 놓고 잇습니다.
첫째는 나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상대방은 만족스러운 관계,
둘째는 나도 상대방도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
셋째는 난 만족스러운데 상대방은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
넷째는 나도 상대방도 만족스러운 관계.물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나도 상대방도 만족스러운 관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상대방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독립적일 때 둘이 함께 하는 삶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심리클리닉'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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